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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미니 m1 깡통 두달반 사용기

8월말에 m1 맥 미니 기본 모델 (8GB/256GB)를 샀으니 이제 한 두 달 반 정도 됐습니다. 업무용 등으로 맥을 써 본 경험은 있었지만 개인용 시스템으로 풀타임? 사용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 비슷한 고민이 분들에게 참고가 될까하여 정리해봅니다.

왜 샀어요?

RISC UNIX Workstation을 써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다른 말로는 MS 오피스 돌아가는 유닉스 머신!

유닉스 머신이긴 해요?

넵. 유닉스 머신입니다…만, 터미널 환경에서만 그렇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터미널에서는 tcsh 대신 ksh 쓰는 FreeBSD 느낌으로 대하면, 애플 제공 + homebrew 하면 있을? 툴들은 다 있습니다.

X 환경은 제 예측보다는 훨씬 더 지원이 미비합니다. Qt는 아예 네이티브처럼 돌아가서 X 앱이 아니게 되고, Gtk+는 앱과 라이브러리 버전마다 지원 정도가 널뜁니다. 다행이라면 PIL 같은 파이썬 환경은 네이티브 부럽지 않게 잘 돌아간다 정도?

GUI를 위해서 코코아 앱과 혼용을 시작하면, 이때부터는 맥 환경의 특성들 – 특히, 앱과 윈도의 분리! – 를 이해해야 합니다. 뭐, 유닉스도 별의별 독특한 놈들이 있으니 그렇구나 하고 배우면 되지만, 생각하던 것처럼 바로 잘 되지는 않습니다.

유닉스는 유닉스인데, X 윈도를 얹은 유닉스는 아니에요. 거의 처음부터 삽질을 좀 해 봐야 합니다. 업무용?으로 빌려서 네이티브 앱들만 돌릴 때는 괜찮았는데, 개인적으로 쓰던 툴들을 올리려다 삽질을 거하게 하고 지금은 반 포기…

WSL2가 안정화되고 있는 윈도 대비 장점이라면, 그래도 정통? 유닉스 시스템을 제공하고, 가상화가 아닌만큼 자원을 덜 먹고 메모리, 디스크 접근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점 정도가 있겠네요.

하지만 어차피 취미 정도 개발용으로 사용한다면, 더이상 맥의 유닉스 기반은 절대적 우위가 아닙니다. WSL2 잘 돌아요. MS 오피스가 필수가 아니면 리눅스를 바로 쓰면 되죠. 😉

맥 앱들은 쓸만해요?

아니오. 99%의 사람들에게, 소프트웨어만 비교하면 윈도가 낫습니다. 하다못해 Visual Studio Code를 굴리는데 어디가 더 유리할지는 뻔하죠? ㅎㅎ

VLC, emacs, Vivaldi 처럼 맥용 버전이 더 나은 경우도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경우에 맥용 앱들의 품질은 윈도용보다 낫지 않습니다.

한컴 한글 정도쯤 되면 이제 돌기는 돕니다, 수준이고… MS 오피스도 365로 최신 버전 깔아도 미세하게 깨집니다. 특히 이미지 복붙하면 크기 조정에 실패하는 게 조직 문서에서는 개짜증이…

다만 기본 제공 폰트와 폰트 렌더링 품질은 더 낫습니다. 저는 어차피 Noto Sans CJK 사용중이라 큰 차이는 없지만.

Emacs와 유닉스 터미널 사용에 익숙해서 이걸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저 같은 올드 스쿨 개발자 출신 아니라면 맥이 윈도보다 소프트웨어 품질 면에서 더 높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물론 평균은 맥이 더 높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제가 쓰는 영역에서는 윈도쪽에 더 나은 소프트웨어가 항상 더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iMovie나 Garage Band는 안 써봐서 그쪽은 모르겠고요.

아니 그럼 왜 샀으여?;;

m1이… 78만원짜리 본체 중에서 성능이 제일 좋습니다. 싱글 스레드 성능이 좋은데다 램 대역폭이 높아서, 이미지 처리 같은 메모리 인텐시브한 작업에는 미친 가성비를 보여줍니다. 라이트룸이나 브리지에서 사진 처리 걸어보면 뜨는 속도에 입이 쩍… 이거 80만도 안 하는 건데.;;

네, 싸고 빨라서 씁니다. 메모리 요구가 낮아서 8GB로도 별 문제 없이 잘 돌아주는 것도 좋고요.

한마디로, 애플이나 어도비의 이미지-영상 처리에는 하이엔드급 안 갈 거면 비슷한 가격대에 적수가 없습니다. AP 자체의 성능도 좋지만, CPU-GPU가 고정이라 최적화가 무척 잘 되어 있다는 느낌.

다만 코어수는 부족하니까, 어디까지나 맥 미니는 개인 취미용에 그칩니다. 이 이상 넘어가려면 결국 스튜디오를 가야 할텐데 가격이…

누구한테 추천해요?

게임 안 하는 취미 사진가, 영상편집자. 가성비 쩝니다.

유닉스 개발자 출신도 성능은 괜찮으니 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Emacs, Vim도 네이티브 잘 돌고 다른 툴들도 다 포팅 잘 되어 있어요.

리눅스를 다루려면 윈도의 WSL2 아니면 네이티브 설치를 추천. 굳이 맥 살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리눅스 하는데 x64가 아닌 Arm을 산다? 그냥 스타벅스 입장? 하고 싶다고 하세요. ㅎㅎㅎ;

누구한테 비추해요?

공공 관련 일하시는 분들은 전부 비추합니다. 한컴 한글이… 볼 수는 있습니다. 볼 수는. 요즘 맥도 잘 지원한다고? 공공 사이트만 가면 여전히 블록됩니다. 저도 아직도 옛 윈도 울트라북 안 팔고 가지고 있습니다. 급할 때를 위해서.

게임 하시는 분들은 뭐, 잘 아시겠지만 맥에는 게임 없습니다.

정리

아니 뭐, 쓸만합니다. 가격대비성능 특히 이미지 영상 성능이 놀라울 정도로 좋습니다. 유닉스 하던 가락? 살리기도 좋고 편하고.

하지만 그거만 보고 윈도에서 건너오려면 나름대로 고생할 각오는 하고 오시고, 한컴 한글 자주 쓴다면 절대 오지 마세요. 들리는 말로는 신버전 나온 것도 버그 쩐다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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